'CIS 미녀모델' 율라의 코리안 드림 성공기
모델 율라의 '성공시대' |
러시아 미인대회 입상 후 유럽 톱모델 활동 한국 9년째… 패션쇼- 홈쇼핑- 드라마 누벼 PD와 결혼 화제…"한국남자 고집 너무세요"

마롱인형의 환생을 본 듯했다. 도자기처럼 흰 피부에 깊은 눈매, 오밀조밀 완벽하게 갖춰진 코와 입술. 러시아 출신 모델 율라(본명 포모가에바 율라 알렉산드로브나ㆍ29)에게선 동서양의 아름다움이 동시에 묻어났다.
한국에 온 지 올해로 9년째. 그동안 앙드레 김 패션쇼 대표모델, 홈쇼핑 쇼호스트, MBC 한뼘드라마 주연으로 활동했다. 2004년엔 MBC 최원석 PD와 결혼해 화제를 모았던 율라는 최근 MBC와 KBS를 오가며 리포터로 분주히 활약하고 있다.
율라는 고향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그의 미인대회 출신. 1등 입상을 계기로 핀란드 등 유럽에서 톱모델로 활동했다. 신디 크로포드, 나오미 캠벨과 같은 세계적인 모델과 교류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공부하던 중 한국인 친구의 소개로 무심코 한국에 왔다. "책에서 봤던 '가난한 한국'을 생각하고 왔어요. 막상 와보니 엄청나게 발전한 모습이었죠. 선입견이 사라지면서 한국에 푹 빠져들었어요." 한국에 들어온지 6개월만에 귀화 신청을 해 '한국사람'으로 다시 태어났다.

좋아하는 노래를 묻자 즉석에서 송대관의 '유행가'를 구성지게 뽑아올린다. "유행가, 유행가 신나는 노래~" 트로트 고유의 '꺾기'창법까지 구사할 정도다. 노래로 한국어를 공부했다는 율라는 "남편과 말다툼을 한 적이 있었는데 제가 너무 한국말을 잘해서 남편이 충격을 받았죠. 그 후론 남편이 먼저 말다툼을 피해요"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한국남자와 결혼해 사는 소감을 묻자 "한국 남자들, 너무 고집이 세요"라며 슬쩍 눈을 흘긴다. "신혼 때 남편이 너무 폼을 잡는 거에요. 제가 이런저런 주장을 하면 무시하기 일쑤였죠. 러시아 속담에 '여자 말 잘 들으면 성공한다'는 말이 있는데도 말이에요"라는 율라는 "그래도 지금은 남편이 날 인정해줘요. 예전같지 않죠"라며 남편 칭찬을 빼놓지 않았다.
한국에서 러시아 출신 모델로 사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몇년 전 패션쇼가 끝나고 집에 가는 택시를 잡아 탔을 때의 일이다. 택시기사가 아래 위를 훑어보더니 "너 얼마냐"고 묻더란다. "종종 이런 일이 있어요. '러시아'라고 하면 술과 여자를 떠올리죠. 공연과 음악을 좋아하고 학문도 크게 발전한 나라인데 말이에요"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율라는 상트페테르부르그 대학 디자인학과 출신. 상트페테르부르그 대학은 푸틴 대통령의 모교이기도 한 러시아 명문이다. 모델 일이 바빠 공부를 끝마치지 못한 게 가장 후회스럽다. 앞으로의 모델, 리포터, 연기자로 할 일이 너무 많지만 최종 목표는 통역사가 되는 것. 욕심이 많다는 기자의 지적에 "성공이요? 아직 멀었어요"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세계여행-공연연출-연기 꿈은 달라도 항상 행복해" |
에버랜드 퍼레이드팀 우크라이나의 세자매

◇ 퍼레이드를 앞두고 세자매가 활짝 웃고 있다. 왼쪽부터 알렉산드리아, 베로니카, 밀렌.
"한데 모이니 진짜 자매 같아 보이나요? 깔깔깔."
이역만리의 낯선 땅에서, 남도 아닌 혈육이 함께 지낸다는 것은 분명 큰 힘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직장도 같은데다, 하고 싶은 일까지 마음껏 함께 한다면 과연 어떤 기분일까.
"매일 보니 지겹죠, 뭐!"라는 다소 뾰로퉁한 대답이 돌아온다. 생뚱맞은 표정을 짓는 기자의 반응이 재밌는듯 벽안의 미녀들은 깔깔거린다.
베로니카 포르트노바(23)와 알렉산드리아(20), 밀렌(18) 등 우크라이나에서 온 세 자매는 현재 용인 에버랜드 퍼레이드팀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다. 자매가 함께 일한 적은 이제껏 여러번 있었지만 세 자매가 동시에 퍼레이드팀에 소속된 것은 이 회사에서도 처음일 정도로 드문 케이스다.
물론 똑같이 일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둘째와 막내인 알렉산드리아와 밀렌이 올해로 한국 생활이 3년째가 되고, 두 동생의 '꼬득임'에 넘어간 맏언니 베로니카가 세 달 전부터 한국에서 일하기 시작했단다.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후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찾은 한국은 이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모든 것이 무척 빨리 변하는 것 같아요. 고국인 우크라이나는 오랜만에 찾아도 변한 것 없이 늘 한결같은데 말이죠. 사회 전체가 활기가 넘치는 것 같아 재밌어요."
벌써 한국 생활이 3년째. 일주일에 6일을 근무하고 쉬는 하루를 이용, 서울 동대문이나 용산 등지로의 쇼핑 나들이가 가장 재밌는 소일거리라며 재잘댄다. 이들이 받는 월급은 우크라이나의 일반 직장인들보다 2~3배에 이른다.
하지만 국내에서 불법 체류를 하며 윤락 행위를 하는 CIS 출신 여성들에 대한 선입관 때문인지, 때때로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편견에 찬 시선이 불편하고 속상할 때가 많다고.
그래도 의상을 갈아입고 퍼레이드에 나서면 이내 고향을 떠난 향수나 우울함은 사라진다. 지금은 함께 일하고 있지만 세 자매가 가슴에 품고 있는 소망은 제각각이다. 세계 각지를 다니며 그 나라의 언어를 배우고 춤추는 것을 좋아하는 맏이 베로니카는 아직 안 가본 나라에 대한 탐색이 한창이다. 둘째 알렉산드리아는 언젠가 퍼레이드나 공연의 총감독을 꿈꾸고 있으며, 막내 밀렌은 장차 영화배우로 활동하고 싶단다.
늘씬하고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려한 춤사위가 화려해 보이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춤을 추는 것 자체가 '근무'이기에 테마파크를 거닐면 늘 즐겁지 않겠냐는 생각은 말 그대로 착각이었다. 역시 '일'은 '일'이기에 비나 눈이 와서 퍼레이드가 취소되는 날은 깜짝 선물이라고. "내일 혹시 비온다는 얘기 없었나요?" 상큼한 애교가 결코 얄밉지 않다. | |